탐사기획 / 주얼리 음성화의 현장과 대안 ②, 결국 정부 ‘윗선’에서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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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귀금속보석신문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6-09-17 10:51본문
2023년 가을, 기재부·국세청이 종로를 찾았다
세 번의 간담회, 그리고 좌절
업계의 해법은 단 하나, “금 원자재만은 부가세를 면제하라”
담당 과장 “어떻게든 새 제도 마련하겠다” 했지만,
윗선 넘지 못한 채 자리 떠나
1부에서 우리는 “세금을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다”는 한 공장 대표의 절규를 들었다.
그 절규가 터져 나온 2023년 10월 13일, 실은 종로에 낯선 손님들이 와 있었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의 담당자들이었다.
그날의 현장 방문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넉 달에 걸친 ‘세 번의 간담회’의 시작이었다. 그 과정에서 잠시나마, 업계인들 사이에, 20년 묵은 벽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기사는, 그 기대가 어떻게 흔적도 없이 사그라져버렸는지에 대한 기록이 됐다.
■ 모든 것의 출발점, ‘부가세 10%의 벽’
왜 소비자는 금은방에서 굳이 현금을 꺼내는가.
부가가치세 10% 때문이다.
세금계산서 없이 현금으로 사면, 같은 반지를 곧바로 10% 더 싸게 살 수 있다.
소매점은 그 손님을 잡으려고 무자료로 팔고, 그러려면 무자료로 매입해야 한다.
그 압력은 총판을 거쳐 제조업체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결국 정직하게 카드 결제를 하거나, 현금 영수증을 발행하는 순간, 물건은 10% 비싸지고, 손님은 옆 가게로 떠난다.
1부에서 한 소매점 대표가 “정직하게 하면 손님이 먼저 떠난다”라고 말했는데, 바로 이같은 상황을 두고 한 말이다.
■ 정부도 인정한 “국내 금 업계 음성화” 통계 보고서
이러한 업계의 음성화 현황은 정부 스스로 인정한 바 있다.
2013년 7월 관계부처(금융위·기재부·산업부·국세청·관세청)가 합동으로 내놓은 ‘금 거래 양성화 방안’에 따르면, 당시 한 해 유통되던 금 100~110톤 가운데 60~70%에 이르는 55~75톤이, 밀수·정련금 등 음성거래로 추정됐고, 그로 인한 탈세만 당시 돈으로 연 2,200억~3,300억 원에 달했다.
시장의 3분의 2가량이 음성 거래 영역에 속해 있었다는 자백이었다.
■ 업계가 내민 단 하나의 해법 — “금 원자재만은 부가세를 면제하라”
그렇다면 어떻게 벽을 허물 것인가.
업계의 답은 오래전부터 하나로 모여 있었다.
“금 원자재에는 부가세를 물리지 말고, 실제로 부가된 가치(디자인·세공)에만 부가세를 물려달라”는 것이다.
논리는 이렇다.
금은 소비되어 사라지는 일반 상품이 아니라, 그 자체로는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만고불변의 원자재’다.
그런 물질에 부가세를 매기는 것 자체가, 부가가치세의 취지에 어긋난다.
산술적으로도 이같이 팔고, 되팔고, 또 계속 팔리는 금에, 10%의 부가세를 반복해서 물리면, 똑 같은 금값이 8번 동안 되팔고 하는 사이에, 원래의 값의 두 배나 높아져 버리는 모순이 생긴다.
이래서 국제 주요 국가들의 제도를 보면, 우리나라와 일본, 인도 말고는, 거의 모든 나라들이 금 원자재 자체에는 부가세를 물리지 않고 있다.
■ 정부가 답하긴 했다/ 2023년 가을, 세 번의 마주 앉음
놀랍게도, 당시 정부가 이 목소리에 응답했다.
2023년 10월 13일, 기재부 부가세제과 조용래 과장과 유은빈 사무관, 그리고 국세청 손태빈 사무관이 한국귀금속보석단체장협의회 회의실에서 업계 대표들과 마주 앉았고, 곧바로 제조업체와 소매점 현장까지 둘러봤다.
조 과장은 “업계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다”며 “1주에 한 번, 2주에 한 번이라도 만나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같이 모색하고 싶다”고 했다.
현장을 함께 돌아본 국세청 손 사무관도 “이 자리에 와보고 나서야 현장 행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돌아가서 실질적인 대책을 찾겠다”고 했다.
말뿐이 아니었다.
한 달 뒤인 11월 16일, 이번엔 업계 대표들이 세종시 기재부 청사를 찾았다.
1시간 30분 동안 조 과장은 금의 수입·정련 이후 양성화와 음성화 거래 경로를 하나하나 짚었고, 금 원자재 부가세를 면제하면 양성화율이 얼마나 오를지, 세수 효과는 얼마일지를 꼼꼼히 캐물었다.
그는 “워낙 얽혀 있어 풀기 어려운 난제이지만, 업계가 정상화되고 활성화되도록 어떻게든 새 제도를 마련하겠다”며 “12월에 다시 만나자”고 했다.
업계에는 양성화율과 세수 효과를 뒷받침할 실증 데이터를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잠깐이지만, 벽이 흔들리는 듯했다.
■ 그러나 ‘윗선’의 벽에 가로막혔다 — 2024년 1월, 세 번째 자리
해가 바뀐 2024년 1월, 세 번째 간담회에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조 과장은 2월 정기 인사로 부가가치세과를 떠난다고 예고했다.
그는 2023년 10월부터의 현장 방문과 연쇄 간담회 결과를 정리해, 실장 등 윗선에 모두 보고했다고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윗 선’의 세 갈래의 반대와 회의론이었다.
① 매입자납부제도로 이미 금 부가세가 많이 걷히고 있는데, 금 원자재의 부가세를 면제하면 세수가 줄지 않겠나.
② 면제한다고 정말 거래가 양성화된다는 확신이 있나. 세수가 늘어난다고 장담할 수 있나.
③ 부가세제에서 유독 금만 면제하면, 부가가치세제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겠나.
업계의 반박도 분명했다.
①에 대해 — 매입자납부로 걷힌 부가세는 이후 매입세액으로 공제되거나 환급돼, 국고에 남아있는 돈이 아니다.
오히려 불가피한 금 매입만 신고되었다가 나중에 공제될 뿐, 그 이외 거래 단계는 대부분 음성화로 빠지게 되니, 금매입 제도로 세수가 는다는 것은 허상일 뿐이다.
도리어 전체 세수는 늘지 않고, 탈세 업체들만 양산하고 있다.
②에 대해 — 금 부가세가 사라지면 10%의 가격 차가 없어져, 무자료 거래를 고집할 이유가 사라진다. 거래가 양성화되면 이제야말로 세수는 확실히 늘게 된다.
③에 대해 — 금은 소비되어 없어지는 일반 재화가 아니라 만고불변의 특수 재화다.
그런 금 자체에 부가세를 매기는 나라는 일본·한국·인도(일본 한국은 10%, 인도는 3%)뿐이다.
금에는 부가세를 없애고, 그것으로 만든 주얼리의 새로운 부가가치에만 부가세를 물리는 것이야말로 부가가치세 본래 취지에 부합된다.
■ 왜 종로는 20년째 그대로인가
정부의 뿌리 깊은 경계에는 이유가 있다.
2000년대, ‘금지금(골드바) 폭탄업체’ 사건이 나라 곳간을 뚫었다.
수출에 붙는 부가세 영세율(0%)을 악용해, 유령회사(폭탄업체)가 매입자에게서 부가세를 받아 챙긴 뒤 세금을 내지 않고 잠적하고, 맨 끝의 수출업체는 영세율을 근거로 환급을 받아가는 방식이었다.
국가는 걷히지도 않은 세금을 돌려주며 대규모 손실을 봤고, 이 상처가 세정 당국의 불신으로 더 굳어졌다.
그 후 정부는 2008년 7월 ‘매입자납부제도’(파는 쪽이 아니라 사는 쪽이 부가세를 전용계좌에 넣게 해, 유령회사가 세금을 들고 튀지 못하게 한 제도)를 도입했고, 2014년 3월 ‘KRX 금시장’(한국조폐공사가 품질을 인증한 금만 투명하게 거래)을 개설했다.
그러나 이 제도가 겨눈 칼날의 대상은 모두 ‘골드바(금지금)’ 거래 단계였다.
정작 소비자의 현금 결제에서 시작되는 완제품 주얼리 거래의 음성화는, 칼끝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그대로 남았다.
또한 ‘KRX 금시장’ 제도도 주얼리 업계 양성화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KRX 금시장’ 내에서의 거래는 부가세를 면제하지만, 그 금을 외부로 반출하는 단계에서 무조건 부가세를 물어야 한다.
주얼리 제조업체들을 비롯한 도매 소매업체들이 ‘KRX 금시장’ 을 기피하는 결정적 이유다.
2013년, 정부 스스로 주얼리 업계의 심각한 음성화 현실을 접하고도, 내놓는 정책마다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들만 양산하고 있다.
■ 2023년에도 정부는, 검토만 하다가 현재까지 무응답
2024년 2월, 조 과장은 부가가치세과를 떠났다.
그가 넉 달간 현장에서 길어 올린 보고서와 제안에, 정부는 그 어떤 답도 내놓지 않았다.
그리고 2026년 오늘까지, 업계의 음성화 문제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1차 간담회에서 한 단체장이 이렇게 말했다.
“동네에 10개 업체가 있는데 한 곳만 무자료 거래를 하면, 나머지는 다 따라가게 돼 있다. 그 쪽으로만 손님이 흐르는데, 그 어떤 업체가 버텨내겠는가.”
같은 지역에서 장사를 계속 하려면, 그 음성화 업계의 대열에서 그 누구도 이탈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는, 그 벽을 넘어보려던 정부 담당자의 진심마저, 조직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을 지켜봤다.
벽을 쌓는 것은 개인의 탐욕이 아니라, 정직한 사람이 먼저 손해 보도록 설계된 구조, 그리고 그 구조의 개혁을 두려워하는 정부의 무사안일함 그 자체였다.
20년의 단속도, 한 공무원의 진지한 문제의식도 넘지 못하고 있는 벽. 그렇다면 이제 물어야 할 것은 하나다.
정상적인 거래가, 손해가 아니라 이익이 되도록 판을 바꾸는 사례가, 지구상에 존재하기는 한다는 말인가.
업계의 주장처럼 정말 금에 부가세를 매기지 않는 나라들이 있다면, 그 시장은 도대체 어떤 구조로 돌아가고 있을까.
다음 3부에서 그 답을 찾아 나선다.
남궁 장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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