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사> 어이하여 이리도 무상하게, 먼 길 떠나셨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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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귀금속보석신문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6-04-27 21:20본문
- 귀금속 전승공예 거목, 저전(楮田) 황갑주 선생님 영전에 바칩니다 -
<헌 사>

선생님
하도 모든 면에서
전무후무의 예술가로,
덕망높은 업계 지도자로,
대인 기질의 넉넉한 사업가와
인정 넘치는 사회 봉사자로
티끌 하나 없는 삶을 살아오셨기에
이번에도 약속을 꼭 이뤄내시겠지
추호도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선생님도 사람이셨군요
아플 줄 알고, 외로움을 느끼셨고,
삶을 마감하는 평범한 인간이셨군요
그러나 여전히 믿기지 않습니다
만 76세, ‘입문 61주년 기념전’ 자리에서,
”내 반드시 70주년 회고전을 열겠다“ 하시더니,
보란 듯이 정확히 그 약속을 지키셨어요
그래서 85세, 70주년 때 또 다시
”입문 80주년 기념전도 꼭 개최할 거야“ 하시길래
다들 그만
너무도 자연스레 철석같이 믿고야 말았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던 산을
이미 몇 번이고 너끈히 넘으셨던 당신이기에
그 무거운 약속 또한 가벼이 이행하시리라 믿었습니다
이뿐 아니었습니다
당신께서는
‘심무루(心無累)’—마음에 티끌 하나 남기지 않으려 했고,
‘자탁(自琢)’—스스로를 끊임없이 갈고 닦았으며,
‘과욕초화(過慾招禍)’—욕심을 경계했고,
‘역지사지(易地思之)’—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했으며,
‘종덕수복(種德受福)’—덕을 쌓는 삶을 실천했습니다.
스스로 세운 좌우명을
한 치의 어긋남 없이
그대로 이행하는 삶을 살으셨습니다
또한 그뿐 아니었습니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자주 말씀하시더니,
여든이 넘은 노구의 몸으로
쓰러지시던 그 날까지도
기어이 전통 유물 하나라도 더 재현해 내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마른 수건 쥐어짜듯
남은 혼 다 쏟으시고
아무도 모르게 정처없는 먼 길 떠나셨습니다
눈도 어둡고, 근력도 쇠해지시고
정신도 흐릿해지게 마련이셨을텐데
그런데도 작품들이 하나같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생명력이 넘쳐납니다
장인을 넘어선, 끝없는 구도자의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정해야겠어요
신처럼 보이는 선생님도
결국엔 평범한 한 인간에 불과했다는 것을
그리고 새삼스레 하나 더 생각을 고쳐먹어야겠어요
약하디 약한 한 인간이
얼마나 강인해질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얼마나 오래도록 지치지 않고 집중하고,
얼마나 숭고한 지혜로 충만할 수 있을지,
얼마나 완벽한 삶을 살 수 있을지
우리 모두의 바람에도
기어이 떠나신 선생님
이젠 선생님을 끝내
보내드릴 수밖에 없게 됐어요
남은 일일랑 업계와 후대들에게 다 넘기시고,
훠이 훠이 떠나세요
원 없이 쉬시고,
개인적으로 하고 싶으셨던 많은 일들 맘껏 즐기시고,
편히 안식하소서
묵묵히 선생님 길을 흠모하며
따라가는 이들의 손끝에서,
선생님이 남긴 고귀한 정신은 또다시
되살아날 것입니다.
선생님의 기증관 건립과 보존의 과업 또한 걱정마세요
저희 후대들이 뜻을 모아 반드시 일궈내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아무 걱정 마시고 평안히 쉬소서
존경하는 선생님
그런데 벌써부터 선생님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니 어찌해야 할까요
한없이 언제나 자애롭기만 하셨던
우리들의 영원한 스승이시여
이제 아무런 구속 없는 천상의 세계에서,
대자유의 삶을 영원히 누리소서
2026년 4월
<선생님을 흠모하는 주얼리인(人)들의
마음 담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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