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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다이아몬드 감정, 이제 어디로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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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귀금속보석신문 댓글 0건 조회 663회 작성일 21-10-25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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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우리나라 다이아몬드 업계 공멸 우려”

「KS 규격 다이아몬드 단체인증」 시스템 적극 시행 필요, “더 큰 피해 생기기 전 연착륙 돌입해야”
      
지난 9월 10일자(25호) 본지의 ‘대한민국 다이아몬드 감정의 현주소’ 기사 반응은 다양했다. “우리나라 다이아몬드 감정을 둘러싼 치부를 과감히 파헤친 것에 대해 격려를 보낸다”는 전화가 연달아 이어졌다.
하지만 개중에는 “특정 감정원들의 일탈을 부각하여 대외적으로 업계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데 일조했다” “다이아몬드 거들에 각인을 하면서부터 ‘담합’의 정도는 크게 약화됐다” “대안 제시를 더 분명하게 해 달라”는 반응들이 있었다.
그 와중에 본지는 더욱 광범위하게 취재를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다이아몬드 각인에도 불구하고, 특정 감정원들의 일탈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라는 증언들을 다수 확보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이번 호에서는 그 대안을 중심으로 기사를 정리해 봤다. <편집자 주>


■ 부실 감정원의 최후,「M 감정원」의 경우
‘신기루’는 언제든  무너진다!
‘캐럿 부문 1위 감정원’ 안주, 갑작스런 휴업으로 업계에 큰 피해 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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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 있다.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는 업체들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꾸준히 성장해 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어느 한 곳이라도 작은 결함이나  오류가 있는 업체들은, 나중에 그러한 문제점들이 증폭돼 끝내 곪아 터질 가능성이 높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M 감정원」은 국내 최고의 감정원이었다. 수십 년 동안 캐럿 분야에서 1위 감정원으로 군림해 왔다. 「M 감정원」 감정서는 수백만 원씩 웃돈을 주고도 거래됐다.
감정예약을 한 후에도 2-3주를 기다려야 하고, 또 제품을 맡긴 후에도 1-2달은 기다려야 감정 결과가 나오곤 했다. 그래도 이 감정원은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런데 난공불락처럼 보이던 이 감정원에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해외에서는 커팅등급을 5단계로 나누어 감정서를 발부하는 서비스를 내보였다. 3D 장비가 발전돼, 다이아몬드를 장비에 넣으면 커팅 등급이 자동적으로 측정되는 시대가 온 것이었다.
이러한 추세를 애써 도외시한 게 이 감정원의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커팅 등급에 따른 등급 표시가 아닌 ‘연마 상태와 광택’ 요소의 등급 판정만을 고수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감정원 감정서 커팅 등급이 ‘good’으로 표기돼 있는데, 다른 감정원에서 감정을 해 보면, ‘fair’ 등급, 심지어는 ‘poor’ 등급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등급의 경우 재 연마 작업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그 과정에서 중량이 애초의 중량보다 감소해버리는 문제점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1캐럿이나 2캐럿 다이아몬드가 재 연마 과정에서 0.98 캐럿이나, 1.98 캐럿 미만으로 중량이 떨어져버리면 제품의 가격에 큰 차이가 난다.
「M 감정원」 몰락의 두 번째 계기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고온고압(HTHP) 처리 기술이 일반화되면서부터다. 일명 꼬냑 다이아몬드(갈색 다이아몬드)의 경우, 고온고압 처리를 하면 엘로우 계열의 고급 그린다이아몬드로 변환될 수 있다. 그러면 가격이 10배 이상 뛰게 된다.
심지어 타이프 Ⅱa 성향의 다이아몬드들의 경우는, 고온고압 처리를 하면 컬러 등급이 D, E, F 등급인 최상급 다이아몬드로 돌변하게 된다. 가격이 천문학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제품들이 감정 과정에서 검출되기 시작하자 업계에서는 이를 감별해내는 감별기를 도입하는데 모두들 혈안이 됐다. 하지만 「M 감정원」은 그러한 시스템의 도입을 계속 미뤘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M 감정원」에는 그러한 처리된 다이아몬드들이 집중적으로 몰려들게 된다.
이러한 결함들이 계속 누적되기 시작하자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1차적으로 유탄을 맞은 것은 소매점들이었다. 소문을 들은 소비자들이 문제의 제품을 판 소매점들에게 달려가 재 감정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 후 커팅 등급이 매우 낮게 나오거나, 고온고압 다이아몬드로 밝혀지면 대부분 반품을 요구하게 된다. 그 피해는 도매업자로, 최종적으로는 감정원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감정원은 대부분 거래 약관을 통해, 민형사상 소송이 제기된다 하더라도 대부분 피해를 모면할 장치들을 다 해두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소매점들만 거리에 나앉게 된다.
결국 「M 감정원」은 2016년 휴업 공고를 내게 된다. 이 후 이 감정원 감정서 다이아몬드는 제값을 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 부풀려 발행된 ‘봉인 감정서’ 문제, 언제든 터질 시한폭탄
“의뢰인과 감정원간 결탁으로 부풀려진 감정서들...막대한 피해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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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부풀려진 감정서들이 너무 많이, 그 것도 너무 오랫동안 유통돼 왔다. 터지기 직전의 시한폭탄과 같다. 이게 터지면 우리 다이아몬드 업계는 회복 불능의 상태에 이를 수도 있어서 우려된다.”
국내 중견 다이아몬드 유통업자의 말이다. 그는 현 상항은 앞에 언급한 「M 감정원」 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M 감정원」 사태는 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 감정업계에서 벌어진 일일 뿐이다. 그리고 당시 「M 감정원」이 기술 발전의 흐름에 안일하게 대처했기 때문에 벌어진 사태였다.

“하지만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부풀려진 감정서들은 해당 감정원들의 실수나 무능력에 의해 발행된 게 아니다. 소수의 도매업자들과 감정원간 결탁으로 부풀려져 발행된 감정서들이다.
낮은 등급의 다이아몬드를 높은 등급으로 감정받아 소매점들과 소비자들의 등을 쳐 먹는 것이다. 이 같은 행위에 국내 대부분의 감정원들이 연루돼 있다.”
이들 감정원들의 행위는 「봉인 감정서」와 각인 시스템을 활용하여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감정원의 감정서가 봉인돼 유통이 이뤄지면, 도매점과 소매점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때까지 그 다이아몬드를 누구도 보지 못하게 된다. 중간에 뜯어진 채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면, 도리어 바꿔치기나 감정서 위조의 의심을 사게 된다.”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또 다른 유통업체의 얘기다. 이같은 「봉인 감정서」가 기본으로 유통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밖에 없다. 외국에서는 「비봉인 감정서」가 원칙이다. 그러기 때문에 도매단계나 소매 단계에서 매매가 이뤄질 때마다, 해당 제품과 감정서를 비교해볼 수 있다.
그래서 부풀려진 감정서 다이아몬드는 도태되고, 합리적으로 평가된 감정서 중 가장 유리한 다이아몬드 감정서 다이아몬드들이 유통될 수 있다.
결국 우리나라만의 「봉인 감정 시스템」이 과장 가능성이 높은 감정서들 유통의 최적의 토양이 되고 있는 셈이다.
“만일 「비봉인 다이아몬드 감정서」가 유통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알 바꿔치기나 감정서 위조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 말은 「봉인 감정서」를 유통하는 감정업체들의 항변이라고 볼 수 있다. 한데 이러한 항변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정도(正道) 감정을 추구하는 세계의 유수의 감정원들은, 이미 진즉부터 이러한 폐단을 방어할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
이들 감정원들은 감정서 발부와 함께 다이아몬드 거들에 감정서 넘버를 각인해두고 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그 다이아몬드 감정서 넘버를 활용해, 인터넷으로 해당 감정서 원본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단 감정서 위조와 각인 넘버 위조의 문제는 원천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그리고 알 바꿔치기도 불가능해진다. 인터넷 상의 감정서 원본에 나타나 있는 클래러티(내포물) 위치 등을 대조해 보면, 그 해당 제품이 진품인지 아닌지는 금방 파악해낼 수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이 실제보다 여러 단계나 부풀려 감정서를 발행하는 업체들은 이 같은 각인 시스템도 악용하고 있다.

“이 같은 감정원들은 기존에는 각인을 기피해 왔다. 한데 요즘은 각인 시스템을 활용해 더욱 적극적으로 감정 등급을 부풀리는 행위를 벌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GIA 감정서만 유통하게 됐다는 한 유통업체의 증언이다. 기존 각인을 하기 전에 위 감정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재감정의 문제였다. 감정서를 분실한 채, 재감정이 들어왔을 때, 첫 감정 시 해당 제품의 등급을 어떻게 판정했는지 구체적으로 기억하기 어렵다.
그럴 때마다 나타나는 문제가 첫 감정 때와 재감정 때의 등급이 상이하게 나오는 문제다.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면 해당 감정원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고, 다툼이 벌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런 감정원에서 각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나면서부터는, 자신들의 잘못된 감정 결과를 더욱 공고히 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도리어 고객들은 ‘아 이 감정원은 언제나 감정이 동일하게 나오네. 역시 실력이 있는 감정원이야’라고 믿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위가 업계에 너무 만연해 있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만일 어떤 계기로든 소비자들 사이에, 자신의 다이아몬드들의 등급이 실제보다 부풀려져, 평균 시세보다 비싸게 샀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80년대 중반에 가짜 롤렉스 시계 유통 사건이 ‘추적 60분’ 프로그램을 통해 보도된 적이 있다. 그러자 당시 명동 미도파 부근의 대규모 보석업체들이 동시에 폐업의 쓴 맛을 보게 된다.
소비자들이 들고 일어나 환불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작금의 상황이 언제 공중파나 일반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 전에 하루빨리 업계 전체적인 자정작용이 일어나야 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일차적으로 가장 피해를 입게 될 사람들은 소매점들이라고 볼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환불을 해 주거나,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하루아침에 고객을 모두 잃게  된다. 최악의 경우엔 폐업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비단 소매업자들의 문제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강한 실정이다. 「M 감정원」 사태로 피해를 본 피해자들이, 그 이후 국내 주얼리 제품에 대해 심각한 거부감을 갖게 됐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그러한 소비자들이 해외 명품 소비 열풍에 가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작금의 특정 감정원들과 소수의 도매업자들 간 담합 행위들이 한번 터지기 시작하면, 국내 주얼리 업계에 궤멸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갖고 있다.
누가 국내 주얼리 제품들에 대해 신뢰감을 갖겠는가 하는 것이다. 업계 내의 대대적인 자정작용이 더욱더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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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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