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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과 인생] 황갑주 한국귀금속전승공예 장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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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귀금속보석신문 댓글 0건 조회 1,686회 작성일 19-04-2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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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정으로 예술혼을 불어 넣다

은 작품에 주조·단조 등 기법 사용, 매란국죽, 연화문 등 전통문양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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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갑주 장인의 공예품은 주로 순은(99.9%)을 기본재료로 주조(용융 금속을 제품 모양의 틀에 부은 후 응고시켜 제품을 얻음)기법, 조각과 세공, 단조(고체가 된 금속을 때리고 눌러서 모양을 만드는 것)기법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형상화해내는 특징을 보인다.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금속공예 유물들과 장신구 등에서 나타나는 전통문양과 전통기법을 활용하되 현 시대에 맞게 창조적으로 재현한 것도 특징이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사리함이나 은탁은잔 등 은으로 만든 작품에 밑그림을 그린다. 밑그림이 워낙 섬세하고 균형이 잘 맞아서 기계로 찍어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로 둥근 모양의 입체에 밑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많고, 안쪽까지 밑그림을 그리기도 해 사람의 손으로 그렸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고난이도의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영험한 동물로 잘 알려진 린봉구룡(기린과 봉황과 거북과 용), 사군자인 매란국죽(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연화문(연꽃무늬), 반야심경 등 옛 시절 많이 그렸던 전통적인 무늬를 많이 그려넣어 왔다.

이렇게 완성된 밑그림에 정의 날 끝을 대고 타각망치로 일사불란하게 내리치는 등 방법으로 밑그림에 숨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용의 섬세한 비늘과 당장이라도 요동칠 듯한 발톱, 대나무의 곧게 뻗은 줄기와 연꽃의 단아한 꽃잎 등의 문양들이 개성 있고 생생하게 살아나게 된다.

황갑주 장인은 한번 작업에 들어가면 한 달이고 열 달이고 작업에 매진한다.

지난 2012년 서울시가 전통공예 살리기를 위해 추진한 지원사업에서 1천만원의 지원을 받아 만든 사리함 작품의 경우엔 열 달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기도 했다. 이 작품은 백제 왕흥사지 목탑에서 발굴된 유물을 재현한 작품이다. 발굴된 유물은 금은동 사리함 3종으로 금과 은으로 된 사리함에는 문양이 없었고 동 사리함에만 백제의 277대 왕인 위덕왕이 죽은 왕자의 넋을 달래기 위한 문구가 있었다.

황갑주 장인은 세 개 사리함 모두 은으로 작품을 만들었으며 작품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연화문과 여의문, 일주문, 반야심경 등의 문양을 새겨 창작의 미를 최대한 살렸다.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은탁은잔을 재현한 작품은 돋움질, 투조(금속판의 일부를 끌이나 톱으로 도려내고, 그 남은 부분을 무늬로 나타내는 조금 기법) 등 기법을 활용했다. 이 작품은 현재 익산보석박물관에 영구보전되고 있다.

황 장인은 또 일본에 빼앗겼다가 돌려받은 통일신라시대 골호(骨壺 뼈를 담아두는 항아리 모양의 그릇)를 재현하기도 했다. 고려청자를 모티브로 쌍용을 새긴 금부쌍용화법도 고려시대의 유물을 법고창신한 작품으로 꼽을 수 있다.

또 그의 예술적인 기품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문자 투각(구멍을 뚫는 방법) 작품을 빼놓을 수 없다. 문자 투각은 국내 최초로 황 장인이 시도한 것이다. 한학과 붓글씨에 대한 조예가 깊은 그였기에 만들어 낼 수 있는 작품이다. 문자 투각은 명필 한문의 오체(해서 행서 초서 예서 전서)를 은판 투각으로 액자화해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붓글씨를 써서 톱으로 오려내는 방법으로 만드는 것이다.

귀금속업계 뿐 아니라 전통예술 분야에서도 그는 몇 안 되는 기념비적인 인물로 꼽힌다. 황 장인의 작품들에는 장인의 뛰어난 손놀림이 깃들어있을 뿐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삶과 예술혼이 담겨 있기 때문이리라. 훗날 그의 작품들이 법고창신 정신으로 만든 문화유산으로 오래토록 인정받기를 기대해 본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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